마음만 앞선 '가상화폐 양도세'···투자자 신원확인 내년 10월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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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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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거래소 이용땐 조세 사각지대

서울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릴 계획이지만, 최대 9개월 동안 세금 징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징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거래소에 납세 의무자(투자자)의 신원정보를 수집할 권한이 늦으면 내년 10월 이후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디지털세 등 새로운 과세 체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세목은 양도소득세로 정해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세목과 관계없이 가상자산 거래소가 납세 의무자를 대신해 세금을 내는 간접적인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세당국으로서도 모든 투자자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직접 납세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세금 징수는 내년 10월 이후에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정된 '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 이후 영업 신고를 마친 거래소에도 투자자 신원정보를 확인할 권한이 주어지지만, 신고수리 기간이 내년 9월까지이기 때문이다. 최대 9개월 동안 거래소가 납세 의무자의 정보 추출조차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를 통해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면, 거래소가 특정 투자자의 차액 시현 기록을 추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투자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거래소에는 현재 그런 권한이 없다.

정부가 납세 의무자가 신고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과세에 나선다고 해도,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개별 투자자가 제출한 서류상의 차액을 낸 것이 맞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결국 거래소의 거래 기록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국회 입법조사처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과세를 결정하고 조사하는 데만 4년이 걸렸는데, 이에 비해 한국은 조금 빠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탓에, 이번 조치로 국내 장내 거래만 축소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장외 거래에 대해 정부는 추적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데다, 납세 의무자가 신고하더라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장외 거래만 늘어나고, 국내 거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목은 기타소득세보다 양도소득세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주식 거래 시 얻은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세율이 20%다. 기타소득세를 적용하는 일본을 제외한 미국 등 대부분 주요국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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